
[한국제일신문, 김성옥기자] 물은 오랫동안 당연하게 주어지는 자원으로 여겨져 왔다.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고, 비가 오면 댐에 차오르는 것이 물이었다. 그러나 반도체와 인공지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물의 위상은 달라졌다. 이제 물은 첨단산업의 가동 여부를 결정하는 전략 자원이고, 그 물길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역할 또한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 차기 사장 인선 절차가 진행되는 지금, 수자원공사의 미래 방향에 걸맞은 전문성 있는 수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수자원공사 앞에 놓인 과제의 크기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메가프로젝트에서 먼저 확인된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분야 800조원, 1단계 AI 데이터센터 분야 약 550조원의 투자계획을 제시하면서 전력과 산업용수의 적기 공급을 핵심 조건으로 명시했다. 반도체 라인은 매일 막대한 양의 용수가 끊김 없이 공급되어야 돌아가고, 데이터센터 역시 안정적인 용수 기반 없이는 운영을 장담하기 어렵다. 공장과 설비는 계획대로 지을 수 있어도 물은 하루아침에 끌어올 수 없다.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가 제때 결실을 맺으려면 물이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준비는 이미 구체적인 시간표 위에 올라 있다. 용인 반도체 산단의 통합용수공급사업은 조기 완료가 과제로 제시됐고, 호남권에서는 대체 수자원을 활용한 공급체계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의 최초 산업용수 수요 시점은 당초 2030년에서 2029년으로 1년 앞당겨졌으며, 2033년에는 하루 60만3천톤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2028년 말까지 임시 공급체계를 마련하고, 이후 광역관로와 하수재이용 시설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계획이 세워졌다. 총사업비는 3조6,654억원이며 이 가운데 수자원공사가 1조7,072억원을 부담한다.
숫자 뒤에 놓인 일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왜 전문성이 강조되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새로운 수원을 확보하는 일은 기존 생활용수·농업용수와의 배분을 조정하는 일과 맞물려 있고, 시설 건설은 재원 집행과 공정 관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하수재이용처럼 새로운 방식의 수자원을 산업 현장에 연결하는 일에는 기술적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이 어디에서 와서 어떤 경로로 흘러가고, 어느 지점에서 위험이 생길 수 있는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읽어내는 안목이 사업의 속도와 완성도를 좌우한다.
수자원공사의 미래는 산업용수에만 있지 않다. 극한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찾아오는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 또한 이 기관의 본령이다. 지난 8월 27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댐은 최초 후보지 14곳 가운데 5곳이 댐 사업으로 추진되고, 2곳은 대안사업으로 전환됐으며, 7곳은 중단됐다. 추진 대상지 역시 타당성 검토와 환경평가 등 후속 절차를 거치게 된다.
홍수방어 효과와 용수공급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면서 환경영향을 살피고 지역 주민과 뜻을 모아가는 과정은, 물관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현장을 아우르는 소통 능력이 함께 요구되는 영역이다.
이처럼 산업과 안전, 기술과 지역사회가 한데 만나는 지점에 수자원공사가 서 있다. 댐과 광역상수도를 운영해 온 축적된 경험 위에 첨단산업 용수 공급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새로운 임무가 더해지면서, 기관의 미래비전을 현장의 언어로 이해하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리더십의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물관리 시스템 전반을 꿰뚫어 보는 수장이 방향을 잡을 때, 조직이 쌓아온 기술력과 현장 역량도 온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 안팎에서도 이번 인선을 그런 기대 속에 지켜보는 분위기다. 국가적 과제를 맡은 시기인 만큼 물관리의 특성과 현장을 잘 이해하는 수장이 조직의 역량을 한데 모아 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감지된다. 수자원공사가 맡은 사업들이 수년에 걸쳐 이어지는 장기 과제라는 점에서, 일관된 방향과 전문적 판단에 대한 바람은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차기 사장 인선은 인사 검증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등 남은 절차를 거쳐 마무리될 예정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라는 국가의 미래 먹거리가 물 위에 세워지고, 기후위기 속에서 국민의 일상이 물관리에 기대고 있는 지금, 이번 인선은 한 기관의 수장을 정하는 일을 넘어 대한민국 물안보의 방향을 정하는 일에 가깝다. 수자원공사의 미래비전을 함께 그리고 실행할 전문성 있는 리더십이 세워지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보도자료출처: 포탈뉴스통신(SNS기자연합회)]